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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및 지속 가능한 빈집 활용 방안

빈집 속 자연을 품다: 생태 정원을 품은 그린 리노베이션

by shine nana 2025. 5. 16.

 

 

1. 삶의 재발견: 버려진 공간에 지속 가능성을 불어넣다

도시의 피로와 속도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삶의 리듬을 찾으려는 이들이 늘면서 ‘세컨드 라이프(second life)’는 단순한 유행어를 넘어 삶의 철학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빈집 리노베이션이다. 특히 한국 농촌에는 통계청 기준으로 약 127만 채 이상의 빈집이 방치되고 있으며, 이 중 대부분이 관리되지 않아 곧 철거되거나 붕괴 위기에 처해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공간은 생태 건축과 지속 가능한 삶을 실천할 수 있는 실험의 장으로 거듭날 수 있다. 전통적인 복원 개념이 아니라, 자연과 공존하는 삶의 공간으로 재창조하는 것이 핵심이다.

전남 구례의 한 농촌 마을에 거주 중인 김연수 씨의 사례는 매우 상징적이다. 그는 서울의 광고 기획사에서 수년간 커리어를 쌓은 뒤, 삶의 방향성을 전환하고자 폐가 상태의 양곡 창고를 구입했다. 이 창고는 1982년에 지어진 석재 구조물로, 창문도 없고, 내부는 습기와 먼지로 가득한 상태였다. 김 씨는 전문가가 아닌 DIY 방식으로 건물을 직접 해체하고, 재조립했다. 이 과정에서 농촌에 버려진 창틀, 폐자재, 목재 팔레트를 수집하여 창문 프레임과 데크를 제작했으며, 외장재로는 볏짚과 황토를 혼합한 단열 소재를 적용하여 패시브 하우스 개념을 도입했다. 실내 조명은 태양광 패널과 ESS(에너지 저장 장치)를 통해 운영되고 있으며, 화장실은 퇴비화 시스템을 이용한 건식 변기로 구성되어 있다. 즉, 그는 폐가 하나를 자급자족 생태 주거지로 변모시킨 셈이다.

이 공간은 현재 지역 예술가들의 워크숍과 소규모 전시회, 공동체 회합이 열리는 커뮤니티 하우스로 기능하고 있다. 김 씨는 “이곳은 단순한 쉼터가 아니라, 나와 같은 이주자들이 새로운 삶의 방식과 생계의 기반을 실험할 수 있는 실험실”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사례는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간을 소비’하는 대신, ‘공간을 재생산’하는 삶을 선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속 가능한 빈집 리노베이션은 단순한 건축 행위가 아닌, 인간과 자연,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일종의 사회적 선언인 것이다.

2. 기술로 완성되는 자연친화적 삶: 에너지 자립형 빈집 리모델링

빈집 리노베이션이 진정한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물리적 공간의 변화만으로는 부족하다. 에너지 소비 구조를 바꾸는 것이 핵심이며, 이는 기술의 힘을 빌리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특히 2020년대 이후 탄소 중립이 전 세계적인 과제로 부각되면서, 건축물의 에너지 자립도는 건축의 새로운 기준이 되었다. 리노베이션을 통해 오래된 공간이 ‘제로에너지 주택(Zero Energy House)’으로 탈바꿈하는 흐름은 이미 여러 지역에서 시작되고 있다.

강원도 평창의 한 고산지대 마을에 위치한 빈집은 이를 대표하는 사례다. 이 가옥은 원래 1980년대 초에 지어진 농가였으며, 목조 구조 특성상 겨울철 난방비가 많이 들고 여름에는 내부가 무척 덥게 변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리노베이션 과정에서 남향으로 지붕을 변경하고, 고효율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으며, 전력 생산량을 저녁까지 활용할 수 있도록 리튬이온 기반 ESS 시스템을 도입했다. 바닥 난방은 지열 히트펌프를 기반으로 설계되었고, 5m 지하의 일정한 온도를 활용하여 외부 기온 변화와 무관하게 일정한 실내 온도를 유지할 수 있다.

또한 이 빈집은 물 관리 시스템에서도 혁신적인 접근을 보였다. 빗물 저장조는 2톤 용량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외부 필터와 내부 UV 살균 시스템을 통해 생활용수로 활용된다. 세탁, 조경, 화장실 용수는 전적으로 이 빗물을 기반으로 하여 운영되고 있다. 이와 같은 설비는 초기 설치 비용이 높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수도세와 전기세 절감 효과가 크며, 특히 외진 농촌 지역에서의 에너지·물 자립도를 높이는 데 필수적이다.

이 빈집은 이후 강원도청이 주최한 '탄소중립 마을 모델' 공모전에 선정되었고, 인근의 다른 빈집들도 이 모델을 참조하여 리노베이션이 진행 중이다. 자연과 기술이 조화롭게 어우러질 때, 빈집은 비로소 지속 가능한 삶의 기반이 된다. 이는 단지 하나의 집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지구와 공존하는 삶을 설계하는 일이다.

 

빈집 속 자연을 품다: 생태 정원을 품은 그린 리노베이션

 

 


3. 공동체와의 연결: 빈집, 사람을 다시 모으다

빈집 리노베이션의 진정한 가치는 단지 한 채의 집을 고치는 데 있지 않다. 그것은 곧, 잊혀진 관계를 회복하고 공동체의 구조를 재편하는 과정이다. 과거 한국의 농촌과 어촌 마을은 혈연, 지연, 학연으로 얽힌 강력한 공동체 기반을 바탕으로 움직였다. 그러나 고령화와 인구 유출로 인해 이들은 점차 해체되었고, 많은 마을이 ‘유령마을’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러한 곳에서 빈집 리노베이션은 새로운 연결망을 만들어내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경북 청도의 ‘고택 협동 리노베이션 프로젝트’는 이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 프로젝트는 마을 주민들과 도시의 청년 예술가, 건축가들이 협업하여 빈집을 공동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재해석하는 사업이다. 처음에는 허물어져 가던 100년 된 고택 한 채를 개조해 카페 겸 작업 공간으로 바꾼 것이 시작이었다. 이 공간은 현재 주민 회의, 도예 체험, 아이들을 위한 주말 도서관, 귀촌 희망자들을 위한 워크숍 공간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지역민들과 도시에서 온 전문가들이 함께 빈집을 손질하면서 자연스럽게 ‘함께 사는 법’을 익히고, 공동의 목표를 설정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소유’보다 ‘공유’의 개념이 중심에 있다는 점이다. 고택은 특정 개인의 사유물이 아닌, 마을 전체가 번갈아 사용하는 커뮤니티 자산으로 재편되었으며, 이에 따라 유지 보수와 운영도 마을 협동조합이 맡고 있다. 이런 방식은 외부 자본에 의존하지 않고 지역 내부에서 지속 가능한 순환 경제를 가능케 한다. 청도 사례 이후, 경남 하동과 전남 장흥에서도 유사한 공동체 기반 빈집 재생 프로젝트가 확산되고 있으며, 행정 기관 또한 이를 지역 재생 전략으로 채택하는 추세다.

결국, 빈집은 공동체의 회복과 재구성의 매개체로 작동하고 있다. 철거가 아닌 ‘수리와 공유’를 통해 사람들을 다시 연결하고, 마을에 새로운 기능과 생기를 불어넣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공간 활용을 넘어서, 지역 사회가 자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진정한 사회적 리노베이션이다.

4. 나만의 철학이 깃든 공간: 예술적 리노베이션의 미학

빈집 리노베이션은 때로 감성과 예술, 사유의 공간으로도 탈바꿈한다. 특히 예술가나 디자이너들이 주도하는 리노베이션은 기능성뿐만 아니라 정서적 울림과 미적 감각을 극대화하며, 공간 자체를 하나의 작품으로 만든다. 이 같은 ‘예술적 리노베이션’은 기존의 단조롭고 획일화된 건축 문법을 거부하고, 각 공간이 가진 고유의 역사와 스토리를 살려내는 데 주력한다.

제주 구좌읍의 한 예술가 커플은 30년 넘게 방치된 돌집을 사들여 자신들만의 창작 공간으로 리노베이션했다. 이들은 건축가 없이 설계 단계부터 직접 구상했고, 벽 하나하나를 직접 쌓으며 공간에 대한 감정을 물리적으로 구현해나갔다. 특히 창문은 기존 창틀을 완전히 제거한 뒤, 주변 바다의 일출과 일몰을 가장 아름답게 감상할 수 있도록 위치를 재조정했다. 실내 바닥은 폐목재를 활용해 시간의 흔적을 강조했고, 벽면 일부는 거칠게 다듬은 채 그대로 노출시켜 과거의 상처와 현재의 생명력을 동시에 담아냈다.

이 빈집은 단지 작업실이 아니라, 매년 열리는 ‘빈집예술제’의 주요 거점이기도 하다. 이 축제는 빈집을 무대 삼아 사진전, 연극, 영상 설치, 퍼포먼스를 전개하며, 예술가들과 지역 주민이 소통하는 장으로 자리 잡고 있다. 공간은 단순한 거처를 넘어, 사회적 의미와 개인의 철학, 자연의 경관이 교차하는 ‘서사적 공간’으로 기능한다. 더불어 지역의 폐기물이나 자연소재를 주재료로 활용함으로써 지속 가능성과 예술의 조화를 실현하고 있다.

이러한 감성 기반 리노베이션은 수익을 내는 부동산이 아니라, 삶의 태도 자체를 드러내는 ‘실천적 선언’이다. 철학이 깃든 공간은 단순히 예쁜 공간이 아닌,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지는 장소이기도 하다. 따라서 예술적 리노베이션은 기능을 넘어 정서적 치유와 공동체적 상상력을 확장하는 도구로도 작동할 수 있다. 그것은 곧, 빈집을 통해 새로운 삶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일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