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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및 지속 가능한 빈집 활용 방안

도심 속 폐가를 그린 인프라로 전환하는 국제 사례 분석

by shine nana 2025. 5. 28.

 

 

1. 녹색 전환의 선두주자: 독일 베를린의 '프린츠레겐텐슈트라세' 프로젝트

독일 베를린은 유럽 내에서 도시재생과 그린 인프라 구축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손꼽힌다. 특히 주목할 만한 사례는 베를린 남서부의 프린츠레겐텐슈트라세 지역에서 진행된 폐가 재활용 프로젝트다. 이 지역은 과거 동독 시절 산업화에 실패한 후 수십 채의 폐가가 방치되며 지역 슬럼화를 초래했지만, 2010년부터 시 정부와 시민단체가 협력한 그린 리디자인 전략을 통해 새로운 생명을 얻었다. 주요 전략은 폐건물을 철거하지 않고 외벽 단열 리모델링을 통해 에너지 손실을 줄이고,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전력 자급자족 체계를 구현하는 것이었다.

에너지 자립률을 높이기 위해 이웃 간 전력 공유 시스템도 함께 도입되었으며, 이는 폐가 재활용의 범위를 넘어서 도시 공동체의 에너지 생태계를 재편하는 효과를 불러왔다. 또한 건물 1층은 공공 문화 공간과 커뮤니티 가든으로 전환되어 도시민의 참여를 이끌었고, 주변 지역의 범죄율도 현저히 감소하였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건물의 기능을 전환하는 수준을 넘어, 도시민의 일상적인 삶의 질을 구조적으로 향상시키는 효과로 이어졌다.

베를린 시는 이와 같은 프로젝트를 지속가능 도시 전략의 핵심 축으로 삼고 있으며, 최근에는 폐가 활용을 통해 도심형 스마트팜, 지역 교육 거점, 기후 위기 대응 커뮤니티 허브까지 연계 확장하고 있다. 각 건물은 독립적인 에너지 자급 유닛으로 설계되어, 전체 지역 단위에서의 탄소 배출 제로 달성이라는 장기적 목표에 기여하고 있다. 이처럼 베를린의 사례는 도시재생과 기후 대응, 사회통합을 동시에 이뤄내는 모범적 모델로, 유럽연합의 기후 정책 프레임워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도심 속 폐가를 그린 인프라로 전환하는 국제 사례 분석

 

 


2. 미국 디트로이트: '유휴 자산을 도시농업으로' 혁신적 실험

한때 미국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였던 디트로이트는 산업 쇠퇴 이후 대규모의 폐가와 유휴지가 늘어나면서 도시 붕괴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이 위기를 전환점으로 삼은 민간 주도 도시농업 프로젝트가 도시의 생태 인프라 재편에 결정적 역할을 하였다. 특히 2013년부터 민간단체와 시정부가 협력하여 진행한 ‘Urban Roots’ 프로젝트는, 버려진 건물과 공터를 도시농장 및 생태 교육 공간으로 재활용함으로써 시민 주도의 식량 자립 구조를 형성하였다.

디트로이트는 미국 내 대표적인 '식량 사막(Food Desert)' 지역이었기 때문에, 폐가를 활용한 도시농업은 주민의 영양 상태와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도시농장에는 저소득층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여 유기농 채소와 허브를 재배하고, 지역 협동조합이 이를 가공해 판매하면서 수익이 다시 커뮤니티로 환원되는 구조를 만들었다. 이러한 선순환 시스템은 단순한 농업 생산을 넘어서, 지역 경제 회복과 공동체 재구성에도 기여하였다.

특히 도시농업과 폐가 리노베이션을 접목한 그린하우스 리모델링 기술이 주목받았는데, 이는 기존 폐가의 외벽을 보존하면서 내부를 온실 구조로 재구성하는 방식이다. 태양광과 빗물 수집 시스템이 통합된 이 건축 기술은 도시농업의 지속 가능성을 기술적으로 뒷받침하며, 향후 저비용 고효율 생태 인프라 모델로 확산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디트로이트 사례는 산업화 이후 방치된 도시 구조를 생태 기반 도시로 전환할 수 있다는 희망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다른 도시의 그린 인프라 구축 전략에 깊은 영감을 주고 있다.

3. 일본 도쿄: 소규모 그린 인프라의 집약체 '에코 블록' 계획

일본 도쿄는 세계에서 인구 밀도가 가장 높은 도시 중 하나로, 폐가를 활용한 대규모 재개발보다는 소규모 집중형 도시 재생 전략이 유효한 도시다. 도쿄 스미다구는 ‘에코 블록(Eco Block)’이라는 이름의 혁신적 모델을 통해 폐가 문제를 그린 인프라 기회로 전환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하나의 폐가 또는 빈 부지를 중심으로 하여 작은 규모의 녹지, 생태 시스템, 스마트 기기를 융합한 다기능 공간을 조성하는 방식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폐가를 철거한 자리에 소형 태양광 전력 공급 장치, 빗물 저장 탱크, 커뮤니티 푸드 정원, 도시 양봉장이 함께 들어서는 등 다양한 기능이 집약된 복합 생태 공간이 조성되었다. 또한 공공 와이파이, 미세먼지 센서, 생태 모니터링 시스템 등 스마트 기술이 결합되어, 시민이 직접 관리하고 참여하는 디지털-그린 복합 인프라가 탄생했다. 특히 이 시스템은 스마트폰 앱과 연동되어 실시간 생태 정보 공유 및 경고 시스템을 가동하며, 고령화 사회의 안전 문제 해결에도 기여하고 있다.

도쿄는 이러한 소규모 그린 인프라를 여러 동네 단위로 분산 배치하고 있으며, 각 블록은 서로 다른 기능을 가지도록 설계되어 도시 전체 생태계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일부는 생물 서식지 복원에 초점을 두고, 일부는 기후 완화와 도시 열섬현상 감소에 중점을 둔다. 이를 통해 도시는 물리적 공간의 회복뿐 아니라, 기후변화 대응과 커뮤니티 복원력 강화라는 이중 목표를 달성하고 있다.

4. 브라질 상파울루: 폐가를 지역문화 거점으로 재해석한 'Vila Itororó'

브라질 상파울루 중심가에 위치한 'Vila Itororó'는 20세기 초반에는 고급 주택 단지였지만, 시간이 흐르며 관리 부재와 빈곤화로 폐허가 된 대표적인 지역이다. 범죄율이 급증하고 지역 인프라가 붕괴되면서 오랫동안 도심 속 흉물로 방치되었지만, 2015년부터 예술가, 건축가, 사회적 기업, 시민단체가 주축이 되어 이를 지역 문화 거점으로 탈바꿈시키는 작업이 본격화되었다.

이 프로젝트는 외형적으로는 기존 건축물의 원형을 최대한 보존하되, 내부는 현대적인 공연장, 전시실, 커뮤니티 회의실, 예술학교 등으로 개조되었다. 특히 리모델링 과정에 지역 주민이 주체적으로 참여하도록 설계된 점이 매우 인상적이다. 도시 빈민과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건축 기술 교육 프로그램이 병행되어, 이들이 실제 시공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했고, 이는 지역 내 직업훈련과 사회적 자존감 회복으로 이어졌다.

문화시설 외에도 지역 음식문화를 반영한 카페, 어린이 예술 놀이터, 시민 토론 공간 등 다양한 사회문화 인프라가 구축되어 주민 간 교류와 문화 향유의 기회를 확대하였다. 더 나아가 시는 Vila Itororó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인근 폐허 건물을 연계한 '문화벨트' 조성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를 통해 문화 접근성이 낮았던 주변 소외지역까지 문화 기반 도시재생의 혜택이 확장되고 있으며, 이는 브라질 내 도시 불균형 문제 해소에도 기여하고 있다.

결국 Vila Itororó 프로젝트는 단순히 한 폐가의 재생을 넘어, 도시의 과거와 현재를 잇는 사회적 연대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으며, 문화예술이 도심 재생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실증한 대표 사례로 자리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