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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및 지속 가능한 빈집 활용 방안

폐가 하나로 자급자족하는 3無 주택 시스템(전기·수도·가스 없는 삶)

by shine nana 2025. 8. 8.

 

 

1. 자급자족 생태주택의 부활: 폐가를 자원 순환형 오프그리드 주택으로 바꾸다


도시와 농촌을 막론하고 방치된 폐가는 한국에만 약 12만 호에 달한다. 이 중 상당수가 구조적으로는 튼튼하지만, 전기와 수도, 가스 같은 인프라가 단절된 채로 버려져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이러한 불편함이야말로 자급자족형 생태주택을 실현할 수 있는 **'3無 오프그리드 하우스'**로서의 가능성을 연다. 기존의 도시형 주택이 전력망과 상하수도, 가스관 등 외부 시스템에 철저히 의존하는 반면, 오프그리드 주택은 외부 자원에 기대지 않고 폐가 내부에 자체적인 에너지 및 자원 순환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생태 철학이 다르다.

전기는 태양광 패널과 소형 풍력 발전기로 대체된다. 충전식 배터리와 축전 장치 기술이 상용화되면서, 고가의 인버터 시스템 없이도 낮에 축적된 전력을 밤새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수도는 우천 시 지붕에 설치된 집수 시스템을 통해 빗물을 정수하여 사용하고, 오염된 물은 생태습지 방식의 그레이워터 정화 시스템으로 정화된다. 가스의 부재는 ‘문제’가 아니라 새로운 열원 기술의 실험실이 된다. 축열식 로켓스토브, 바이오차 화덕, 태양열 조리기 등이 그 대안이다.

이러한 시스템을 갖춘 주택은 단순히 자립적인 주거공간을 넘어, 도시 인프라에 대한 의존을 끊고 생태 위기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회복력 거점으로 재탄생한다. 실제로 경북 의성군의 한 폐가를 활용해 구현된 사례에서는 1년간 외부 전력 및 수도 공급 없이도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했다. **‘자급자족 생태주택’**은 더 이상 이론이 아니라, 기술과 설계, 실천이 어우러진 실존 가능한 삶의 모델이 되고 있다.

 

처음 폐가를 마주했을 때, 흙먼지와 곰팡이 냄새 속에서도 구조적인 가능성이 보였다. 전기나 수도가 끊긴 공간은 오히려 기존 시스템의 간섭 없이 내가 원하는 순환 구조를 실험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었고 집을 짓는 것이 아니라, 나의 삶의 방식 자체를 다시 설계하는 기분이었다.

 

폐가 하나로 자급자족하는 3無 주택 시스템(전기·수도·가스 없는 삶)

 

 


2. 태양이 주는 자유: 전기 없이 살아가는 태양광 기반 에너지 독립 시스템


‘전기 없는 삶’은 과거엔 생존의 불편함을 상징했지만, 이제는 기술과 디자인을 통해 에너지 독립이라는 새로운 차원의 자유를 의미하게 되었다. 폐가를 전기 없이 재생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태양광 기반 에너지 시스템이다. 기존의 전기 그리드에 연결되지 않고도,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대부분의 에너지를 공급받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이 시스템의 핵심이다.

먼저 남향으로 배치된 지붕은 일사량을 극대화하여 태양광 패널의 효율을 극대화한다. 최근엔 양면 태양광 패널이 도입되면서, 반사광까지 수확하는 방식으로 기존 대비 15~20%의 발전량 증가를 실현할 수 있다. 발전된 전력은 리튬인산철 배터리에 저장되며, 고온이나 한겨울 저온에서도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한다. 특히 가전 사용이 제한적인 상황을 고려해, DC 전용 LED 조명, 저전력 컴프레서 냉장고, 12V 무압 펌프 등을 활용함으로써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는 것도 핵심 전략 중 하나다.

미세 에너지 제어 시스템은 각 공간에서의 전력 소모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며, 필요시 자동으로 전력 공급을 차단하거나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스마트 기술을 적용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전기 사용을 인식적으로 제어하는 ‘에너지 절제의 감각’을 키우는 과정이기도 하다. 강원도 홍천의 한 자급자족 주택에서는 1.2kW급 태양광 패널과 5kWh급 배터리로 연중 에너지 자립률 98%를 기록한 사례도 존재한다.

태양광 기반 오프그리드 시스템은 단순한 전기 공급을 넘어, 에너지 소비 구조 자체를 재구성하는 기제다. 이 시스템은 자연을 제약이 아닌 에너지의 원천으로 바꾸는 전환적 도구이며, 폐가라는 부정적 자산을 재생 가능한 주거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열쇠가 된다.

 

정전이 잦았던 시골 마을에서 자란 덕에 나는 늘 스스로 에너지를 확보하는 방법에 관심이 많았으며 실제로 1.5kW 태양광 패널과 중고 배터리 시스템을 조합해 작은 작업실을 돌리는 데 성공했을 때, 전기세가 ‘0원’인 고지서를 처음 받아보며 진짜 자유를 느꼈다. 그 후로는 에너지를 소비하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졌다.

3. 물은 하늘에서 온다: 빗물 집수와 폐수 순환으로 실현한 수도無 주거 시스템


수도 없는 삶, 그 자체로는 위협적으로 들릴 수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설계와 시스템의 통합으로 극복이 가능하다. 자급자족형 주택에서 물 문제는 빗물 수집 시스템과 생태 정화 장치로 해결되며, 이 기술적 조합은 오히려 대도시보다 물 자원이 제한적인 지역에서 더욱 효과적으로 작동한다. 빗물 집수는 지붕에 설치된 투수성 도막과 스틸 거터 시스템을 통해 가능하며, 저장된 빗물은 **3단계 정수 필터링(거름망 → 활성탄 → UV 소독)**을 거쳐 식수나 생활용수로 전환된다.

생활용수가 오염된 이후에도 재처리가 가능하다. **그레이워터(생활 폐수)**는 인공습지 기반의 수경 식물 시스템을 통해 생물학적으로 정화되며, 이 과정에서 습지식물인 부레옥잠, 마름, 갈대 등이 유기물과 질소, 인을 제거하는 자연 정화 작용을 한다. 정화된 물은 화장실 배수나 정원 관수에 재활용된다. 화장실 역시 수세식이 아닌 퇴비형 건식 변기를 채택하며, 인분은 미생물 처리 후 작물의 비료로 사용되는 폐자원 순환형 위생 시스템을 구현한다.

수돗물의 연결 없이도 1인당 하루 평균 80리터의 생활용수 수요를 충족할 수 있으며, 이는 한국 도시 가구 평균 사용량의 1/3 수준으로 환경적 부담도 현저히 줄어든다. 빗물 기반 수도無 시스템은 단순한 생존을 넘어, 인간과 물의 관계를 재정의하고 자원 순환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는 단순한 생존 기술이 아닌, 기후 위기 시대의 회복탄력성을 갖춘 지속 가능한 물관리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장마철마다 넘치던 우수를 그냥 흘려보내는 게 늘 아까웠는데, 폐가 리모델링 때부터 빗물 집수 시스템을 직접 설계했다. UV 소독기와 자작 필터를 통과한 물로 1년 넘게 식기세척, 샤워, 정원 급수까지 문제없이 해결하고 있다. 깨끗한 물은 수도관이 아니라 하늘에서 오는 자원이란 걸 몸으로 느꼈다.

4. 불 없이 따뜻한 집: 가스 없는 삶을 가능하게 하는 대체열원과 패시브 디자인


한국에서 가스는 주로 난방과 조리에 사용된다. 그렇기에 ‘가스 없는 삶’은 단순히 연료를 끊는 문제가 아니라 주거 환경의 열과 온기를 재정의하는 작업이다. 폐가를 재생하는 과정에서, 열원 대체와 단열 성능 개선은 반드시 함께 고려되어야 하며, 이는 단순한 대체 기술이 아닌 **기후순응형 주택 설계(Passive Design)**로 구현된다.

가장 핵심이 되는 대체 열원은 로켓스토브와 태양열 온수기다. 로켓스토브는 적은 양의 나무 연료를 고효율로 연소시켜 실내를 난방하며, 연소 후 발생하는 바이오차는 흙과 혼합해 정원의 비료로도 활용된다. 태양열 온수기는 주간에 수집한 열을 보온탱크에 저장하여 밤에도 온수를 제공한다. 여기에 이중창 구조, 고기밀 단열재, 열회수 환기 시스템이 함께 설계되면, 외부 기온 변화에도 실내는 일정한 온도를 유지한다.

조리 또한 가스레인지 대신 태양열 오븐, 바이오차 화덕, 전기 인덕션 등으로 대체된다. 인덕션의 경우 앞서 확보한 태양광 전력을 활용하며, 에너지 소비를 감안해 최소 조리로 영양을 보장하는 저열량 고밀도 식단 설계도 병행된다. 이는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고, 저장 식량의 유통기한을 늘리는 효과도 있다.

궁극적으로 가스無 주택 시스템은 삶의 불편함을 감내하는 방식이 아니라, 새로운 기술과 생활양식을 조율하며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탄소중립적 생활의 실현 가능성을 높이는 시도다. 경남 하동의 사례에서는 연중 5개월은 외부 연료 없이 생활 가능했으며, 나머지 기간도 1톤 미만의 목재로 난방과 조리를 모두 충족했다.

 

처음 로켓스토브를 설치할 땐 제대로 불도 못 붙였지만, 손에 익기 시작하자 그 열의 감촉이 가스보다 훨씬 포근했다. 실내 단열을 개선하고 태양열 온수기까지 설치한 후에는 영하 10도 한파에도 전기장판 없이 잠든 날들이 늘었으며 스스로 땔감을 준비하고 열을 다루는 삶은, 마치 잊고 있던 본능을 깨우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