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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및 지속 가능한 빈집 활용 방안

빈집 리모델링에서 드러난 건축 폐기물 재활용율의 진실

by shine nana 2025. 7. 26.

 

 

1. 재활용율 60%의 착시: 빈집 리모델링에서 드러난 '선별 해체'의 맹점


빈집 리모델링은 흔히 ‘친환경 건축’으로 인식되지만, 실제 해체 및 시공 과정에서 발생하는 건축 폐기물 재활용율은 생각보다 낮은 경우가 많다. 특히 ‘재활용율 60%’라는 수치는 통계적으로 조작되거나 지나치게 일반화된 경우가 많으며, 실제 재활용이라기보다는 단순 ‘선별 후 매립 회피’에 그치는 경우도 빈번하다. 이 과정에서 핵심이 되는 키워드는 선별 해체와 건축 폐기물 분류 기준이다.

선별 해체는 기존 구조물을 전체 철거하지 않고, 부분적으로 분리하여 자재를 회수하는 방식이다. 이론적으로는 폐콘크리트, 철근, 목재, 석고보드, 단열재 등을 각각 나눠 재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현장에서 이 공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30년 이상 된 노후 빈집의 경우, 건축 당시 사용된 접착제, 석면, 방부제 성분이 혼합되어 있어 자재 분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예컨대 목재 몰딩과 벽체 사이에 강력한 접착제가 사용된 경우, 이를 분리하는 데 드는 노동력과 비용은 새 자재를 구매하는 것보다 높게 나온다.

환경부의 2023년 건설폐기물 처리 실태조사에 따르면, 분리 선별 없이 철거된 주택에서 나온 폐기물의 45%는 '불연성 잔재물'로 분류되어 매립되거나 소각된다. 실제 재활용 처리된 비율은 전체 폐기물의 22.4%에 불과했다. 즉, 재활용 가능 항목으로 집계되더라도 최종 처리 단계에서는 재활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이는 빈집 리모델링 프로젝트에서 '재생 건축'이라는 이름이 그다지 친환경적이지 않다는 불편한 진실을 드러낸다.

 

재활용이란 말에 안심했던 나는, 사실 그 말 속에 숨은 '선별만 하고 끝'이라는 허상을 몰랐다. 현장에서 진짜 손에 쥘 수 있는 재활용품이 얼마나 되는지를 따지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내가 이 프로젝트를 준비하며 느낀 건, 친환경이란 결국 숫자가 아니라 정직한 과정이라는 것이다.


2. 건축 폐기물의 그림자: '재사용 자재'가 안고 있는 구조적 한계


빈집 리모델링에서 떠오른 또 다른 문제는 재사용 자재의 품질과 안전성이다. 많은 친환경 건축 프로젝트에서 '기존 자재의 재사용'을 강조하지만, 실제로 이를 구조적으로 재활용하는 데는 심각한 제약이 따른다. 대표적으로 오래된 목재, 석고보드, 타일, 벽돌은 표면은 멀쩡해 보여도 내부에 습기, 곰팡이, 세균, 미세균열이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 이 자재들을 그대로 재사용하면 추후 구조안전성은 물론, 실내 공기질 문제까지 야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서울시 성북구에서 2022년에 진행된 한 빈집 리모델링 사례에서는 기존의 노출 콘크리트 벽체를 보존하고 그 위에 내벽을 재설치하는 방식으로 시공을 진행했다. 그러나 리모델링 후 3개월 만에 벽면에서 곰팡이와 결로가 발생했고, 전문가 조사 결과 기존 벽체에 잔존 습기가 그대로 남아 있었음이 확인되었다. 이를 제거하고 새로 단열층을 설치하는 데 추가 비용이 발생했으며, 결과적으로 리모델링 공사비는 애초 예산의 170%로 증가했다.

또한 목재를 재사용하려는 시도는 자주 실패로 돌아간다. 건축 폐자재로 회수된 목재는 대부분 제재소나 목재 공장에서 규격화가 어렵고, 방부제 처리나 내화 테스트가 되어 있지 않다. 이로 인해 건축법상 주요 구조체에 사용될 수 없으며, 결국 인테리어 소품이나 가구 제작에 한정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한계는 '재사용 자재'가 실제 건축 자원으로 순환되기 어렵다는 현실을 반영한다.

 

겉으로 멀쩡해 보이는 자재도 내부는 썩어 있듯, 겉포장된 '재사용'이 실제론 무책임한 결정일 수 있다. 우리는 폐자재를 재활용하려고 애쓰지만, 그것이 오히려 더 큰 환경적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역설을 봤고,  재사용은 기술이 아니라, 사전 계획과 감수성에서 출발해야 진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3. 폐기물 업계의 침묵: 리사이클링이 아닌 리디렉션(Re-direction)의 기술


재활용율의 허상은 단순히 현장 분리수거 실패로 끝나지 않는다. 보다 깊은 문제는 폐기물 처리업계와 건설사 간의 리디렉션(re-direction) 구조에 있다. 즉, ‘재활용 예정’이라 표기된 자재들이 실제로는 다른 지역의 메우기 용도나 비산먼지 방지용으로 처리되어, 재활용과는 거리가 먼 용도로 소모되고 있는 것이다.

부산 사하구의 한 폐기물 집하장에서 이루어진 추적 조사에서는 ‘재활용 콘크리트’로 표기된 건축 폐기물이 실제로는 인근 야적장의 지반 다짐용으로만 사용되고 있었다. 이런 용도는 ‘자원 재활용’으로 집계되지만, 실질적으로는 자재 재사용이 아닌 단순 '처분 형태의 전용'일 뿐이다. 이러한 방식은 환경부 통계상 재활용률을 부풀리는 효과를 내며, 정책적으로도 실질적 재활용이 촉진되지 않는 결과를 낳는다.

게다가 많은 건설사는 폐기물 처리 업체와의 ‘사전 계약’을 통해 일정량의 폐자재를 ‘재활용처리’로 위장하는 방식도 사용한다. 이 과정에서 폐기물의 정확한 최종 처리 경로는 추적이 어렵고, 일반 시민이나 정책 입안자 입장에서는 재활용이 잘 되고 있는 것처럼 오해할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건축 폐기물의 순환경제는 외형적으로만 존재하고, 실질적 순환은 매우 제한적이다.

 

재활용이라는 이름 뒤에 숨어 있는 '편법'을 보면서, 나는 시스템의 허점을 목격한 기분이었다. 보이지 않는 흐름 속에서 진짜 자원은 사라지고, 남는 건 눈속임 통계뿐이라는 것이 씁쓸했다. 이제는 '어디로 갔는지 모르는 재활용'이 아니라, '어떻게 쓰일지 보이는 순환'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빈집 리모델링에서 드러난 건축 폐기물 재활용율의 진실

 

 


4. 대안의 길: 진정한 순환 건축을 위한 기술적·정책적 전환


빈집 리모델링이 진정한 친환경 프로젝트가 되기 위해서는 단순한 재활용율 개선이 아닌, **순환 건축(Circular Construction)**의 철학과 시스템이 도입되어야 한다. 순환 건축은 건축물의 수명 전체를 고려해 자재의 조립, 해체, 재사용이 가능한 구조로 설계되고, 각 부재에 대한 디지털 자산화(재료 패스포트)를 통해 추적 가능성을 보장하는 방식을 지향한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는 '마테리얼 패스포트(Material Passport)' 시스템을 도입해 신축 및 리노베이션 건축물에 사용되는 자재의 출처, 사용 이력, 내구성, 해체 가능성 등을 사전에 등록하게 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해체 시점에서도 자재 재사용률을 8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하고 있으며, 이는 건축 폐기물 발생량을 근본적으로 줄이는 효과를 낳았다. 반면 한국에서는 여전히 시공 전 단계에서 자재의 '재활용 가능성'만을 사후적으로 고려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기술적으로는 모듈러 해체 시스템, 역설계 기반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도입이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이는 기존 구조를 디지털로 해체 시뮬레이션하여 자재 재활용을 극대화하고, 해체 시 파손을 줄이는 방식이다. 정책적으로는 '건축 폐기물 추적 이력제', '자재 회수 보증금 제도', '건축사무소 책임 분담 법안' 등을 신설해 재활용에 실질적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한다.

결국, 빈집 리모델링은 단순히 노후 자산의 활용을 넘어, 건축 전체 생애주기에서 자원 순환성을 강화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 지금처럼 형식적인 재활용 통계에 의존한 체계로는 진정한 지속 가능성에 도달할 수 없으며, 이는 환경적 위기뿐 아니라 사회적 신뢰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진실을 직시하고, 설계에서 해체까지 재사용을 고려하는 '순환 건축 시스템'이 도입되어야 할 때다.

 

이 글을 쓰며 처음으로 느꼈다, 순환 건축은 단순히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태도의 문제라는 것을. 자재 하나하나에 생애 주기를 부여하는 도시가 진짜 지속 가능한 미래를 가진 도시 아닐까. 내가 꿈꾸는 리모델링은, 버릴 게 없는 구조로 짜인 ‘사람과 자원 모두를 존중하는 건축’이다.